공장 굴뚝 하나 찾을 수 없는 동네가 있습니다. 서울에서 느릿느릿, 한 시간 반이면 산수가 병풍으로 둘러싼 양평에 닿을 수 있습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한 줄기로 만나는 한강은 자연의 파노라마를 펼쳐냅니다.따뜻한 봄날, 떠나지 않고서야 배길 수 있을까요? 숲의 천국이자 물의 낙원, 양평을 걸어보세요. :)
세월이 정차한 폐역
양평의 산세와 지형은 빛이 곱네요. 꾸밈없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여인의 맨 얼굴과 같습니다. 특히 겨울과 봄 사이의 양평에 서면 더욱 그렇습니다. 양평의 양수역에서 남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털털 북한강 철교를 건너면 다산유적지가 위치한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 폐 철로를 지나면 추억의 간이역인 능내역을 만나게 됩니다. 세월이 정차한 폐역의 모습이 고즈넉하면서도 고독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1956년 무배치 간이역으로 사람들의 두 발이 된 능내역은 국수역 구간 개통으로 2008년, 공식 폐지되었습니다. 역 안의 갤러리에는 능내역이 지나온 그간의 세월을 기록과 사진, 영상으로 전시하고 있습니다.
녹슨 기찻길은 남한강 자전거 길을 개통하면서 새롭게 단장했습니다. 실제 능내역을 달리던 기차는 기차카페로 꾸며졌고 역 앞에는 자전거 대여소가 설치되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탁 트인 강변을 가로지르면 마음에 묵은 스트레스가 시원하게 걷힙니다. 자전거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찾는 이 없는 간이역이 새삼 활기를 되찾았습니다. 기차는 더 이상 달리지 않지만 옛 양평 사람들의 추억과 애환을 실었던 죽은 철로의 정취가 코끝을 시리게 하네요. :)
수묵화처럼 아련한 강 머리
양평에 가면 가장 많이 찾는 곳이 있습니다. 남한강과 북한강, 두 강의 물줄기가 만나는 머리라는 뜻을 가진 ‘두물머리’입니다. 양수역에서 20~30분 정도 걸으면 쉽게 닿는 곳입니다. 강변을 따라 흙길로 깔린 산책로를 쉬엄쉬엄 걷거나 자전거로 달리다 보면 느티나무 쉼터가 나오는데, 한 켠에 수령 400년의 느티나무가 떡 하니 버티고 서 있습니다. 굵직한 나무기둥의 폼새는 두물머리가 뿜어내는 물안개와 묘한 합을 이룹니다. 느티나무 아래 벤치에 앉아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을 바라보자면 이른 아침에는 뿌연 물안개가 피는 신비롭고 몽환적인 풍경이, 해질녘엔 수평선 너머 땅거미가 지는 오색찬란 하늘색으로 물듭니다. 철마다 각기 다른 수묵화를 펼쳐내는 이 거리는 시야에 거칠 것 없이 편평하고 너르게 펼쳐져 꽉 막힌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줍니다. 이외에도 소원쉼터, 물안개쉼터, 갈대쉼터 등 두물머리 곳곳에 위치한 쉼터에서는 일상을 잊고 명상에 빠진 여행자들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두물머리 일대를 탐방할 수 있는 이곳의 물래길은 물에 올래(來) 자를 더해 ‘물가로 오라’는 의미를 붙인 약 8km의 산책로입니다. 2012년 행정자치부에서 선정한 ‘우리마을 녹색길 베스트 10’에 선정되었습니다. 수면 위에서 유유자적 휴식하는 철새들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강은 따뜻하고 보드라우며 강변을 걷는 이를 무심히 위로합니다.
두물머리를 걷다 보면 텅 빈 사각형의 거대한 액자틀과 마주치게 됩니다. 당황하지 말고 프레임 속에 쏙 들어가 기념사진을 촬영하면 됩니다. 가족과 연인들이 찾는 두물머리 최고의 포토존이죠. :)
페달 한 번에 첩첩 산경이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들어온다.”
소설가 김훈의 <자전거 여행>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레일바이크를 타고 철길을 달리면, 양평의 산천 곳곳이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옵니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에 기지개를 켜고 싶다면 레일바이크에 몸을 실어보는 것도 좋을 거예요. 따스한 봄바람을 맞으며 자연을 달리다 보면 기분이 한결 편안해지거든요. 산과 강이 어우러진 용문에서 원덕에 이르는 왕복 6.4km 구간은 1시간이면 달릴 수 있습니다.
페달 한 번에 청량한 강이, 또 한 번엔 첩첩 산경이 펼쳐집니다. 거대한 몸체와 다르게 부드럽게 철로 위를 달리는 양평 레일바이크는 계절과 상관없이 반드시 경험해볼 만합니다. 봄에는 연녹색의 자연을 만끽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물소리에 흥이 나며, 가을에는 우리나라 명산인 용문산 줄기의 단풍을, 겨울에는 하얀 눈꽃을 바라보며 낭만을 즐기기에 좋습니다. 향긋한 봄바람을 맞으며 자연을 달리다 보면 일상에 찌든 기분이 한결 가벼워질 거예요. 하루에 7~9회로 1~2시간 간격으로 운행하며 가격은 2인 25,000원, 4인 32,000원으로 전동바이크의 경우 2인 30,000원에 이용이 가능합니다.
레일바이크 라이딩이 시작되는 용문산. 그 산속에는 신비스런 자태를 자랑하는 사찰, 용문사가 있습니다. 수령 1100년 은행나무를 만나러 사람들은 산중 사찰을 찾습니다.
천년 고찰에 잠든 부처의 영험함을 기대한 것일까요? 사찰 한편에 쌓인 기왓장엔 중생들이 남기고 간 시시콜콜한 염원이 조각조각마다 새겨 있습니다. 용문산 일대는 숙박시설과 음식점 등 넓은 범위의 관광단지로 꾸며져 있어, 가족 단위 나들이 객이 많이 찾는 만만한 관광지 중에 하나입니다.
여행자에게는 ‘산책’이란 준비운동이 필요합니다. 멀리 떠날 필요가 없습니다. 산보하듯 떠나보세요. 숲과 물이 길러내는, 생명력 충만한 땅 양평으로 말이죠. :)
양평의 숨은 볼거리, 먹거리
01 조안 사계절 찐빵 만두 |
02 문리버 |
03 용문사 | ||
양평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잊지 말고 들려야 할 곳이 있습니다. 바로 ‘조안 사계절 찐빵 만두’! 단팥찐빵은 물론, 찰흙미찐빵, 단호박찐빵을 맛볼 수 있으며 고기만두와 김치만두도 팝니다. 100% 국산 팥의 달달함과 빵의 쫀득한 조합이 일품이랍니다. 만두피 역시 찰지고 쫄깃한 식감을 자랑합니다. 평소 줄을 서서 대기해야 할 정도니 이 점을 유의하세요! 문의: 031-521-0253 |
한방 오리 백숙 전문점인 문리버는 양평 3대 맛집으로 선정된, 명성이 자자한 곳입니다. 몸에 좋은 부추를 듬뿍 얹은 한방 오리 백숙은 보는 것만으로도 입을 즐겁게 합니다. 진한 국물은 한약재를 우려내 오리의 잡냄새조차 느낄 수 없습니다. 몸보신에도 아주 제격이죠! 1시간 전에 미리 예약 주문을 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먹을 수 있습니다. 문의: 031-774-2714 |
용문사는 신라 시대에 설립된 오래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전통사찰입니다. 한갓지고 고즈넉한 용문사는 자연 그대로의 절제미를 자아냅니다. 천오백 년 된 은행나무가 주변 경관과 딱 들어맞게 서 있습니다. 맑은 공기와 한적함을 느끼고 싶다면 용문사를 추천합니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 1,400원, 어린이 1,000원입니다. 문의: 031-773-379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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