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상식] 잠시 하차한 승객의 사고, 관광버스 측 보험사에도 보상 책임이 있는 걸까?

가을은 단풍의 계절.

철수 씨가 가을을 맞아 산악회 회원들과 단풍구경을 갔는데요.

서울에서 멀리 떨어진 산으로 갔기 때문에 관광버스를 대절해 이동하던 중

철수 씨는 버스 안에서 마셨던 음료 탓에 소변이 마려워 차를 갓길에 세우고 버스에 하차했습니다.

 

 

 

철수 씨는 화장실을 찾던 중 길을 건너다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차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화물차 측 보험사에서는 A씨에게 보상을 해준 뒤, 관광버스 측 보험사에도 책임이 있다고 구상을 청구했는데요.

 

이럴 땐 어떡하지?

과연, 관광버스 측 보험사에도 보상 책임이 있을까요?

 

 

 

 

 

정답부터 말씀드리자면, 책임이 없다!

 

관광버스에서 완전히 하차하고 책임범위에서 벗어난 철수 씨는 승객의 지위에 있지 않습니다.

관광버스 운전자의 과실도 없으며 이 사고에 대해서는 관광버스 측 보험사의 보상책임이 없습니다.

관광버스 정차상의 잘못이 사고 발생과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완전히 하차한 승객의 어느 시점에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갈 것인지 여부까지 예측하며 그에 합당한 조치를 취할 주의의무가 있다고 보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판례를 살펴볼까요?

상황

홍길동(가명) 씨는 설날 귀성차표를 구하지 못해 여행사에서 모집하는 관광버스를 이용하게 되었다. 도로정체가 극심하여 진행이 어려워지자 휴게소가 아닌 갓길에 잠시 정차하여 관광버스 이용 승객들이 용변을 보게 되었다. 홍씨 역시 용변을 보기 위해 하차했다. 홍씨는 술을 조금 마신데다가 어두운 밤이라 용변을 본 후 본인이 타고 온 버스를 찾지 못해 도로변에 주정차된 버스들을 헤매는 사이, 관광버스가 출발하고 말았다. 관광버스를 놓친 홍씨는 본인이 타고 온 버스를 찾기 위해 헤매며 고속도로를 무단횡단하던 중 화물차에 충격되어 큰 부상을 입었다.(화물차 운전자 무과실로 책임 없음)

 

결과

이 사고는 관광버스의 운행으로 말미암은 사고가 아니므로 관광버스 보험사로서는 보상책임이 없는 바, 홍씨는 관광버스 보험사에 보상청구를 할 수 없다.

관광버스 운전자는 부득이한 사정이 없는 한 주정차가 금지된 고속도로 갓길에 관광버스를 정차하였고(판례상 용변 목적은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정하지 않음), 야간에 임의로 승객들을 하차시키면서 안전 등에 대한 충분한 주의를 주지 않은 잘못이 있다. 또 출발 전 하차한 승객들이 모두 돌아왔는지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 출발함으로써 홍씨를 고속도로상에 방치한 잘못이 있으므로, 관광버스 운전자와 그 사용자인 관광버스 회사는 홍씨의 부상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통상 관광버스 운전자 및 회사의 책임범위 약 20~30% 인정)

그러나 관광버스 보험사의 책임 여부를 가리기 위해서는 이 사고가 '피보험자동차(관광버스)의 운행 중, 그 운행으로 말미암은 피보험자동차의 사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보아야 한다.

승객을 목적지까지 운송하는 도중 일시 정차한 상태에서 관광버스 운전자의 잘못으로 이 사고가 발행하였다 하더라도 승객의 운송이 종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광버스 운행 중의 사고로 볼 여지는 있을수 있다.

관광버스의 운행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사고로 볼 수 없고, 또한 이 사고가 관광버스의 사고로 말미암아 발생한 것으로 볼 수도 없으므로 홍씨가 부상한 이 사고는 관광버스의 운행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고, 따라서 그 보험사에게는 보상책임이 없다고 봄이 타당하다.

(대구지법 김천지원 96가합2180, 서울중앙지법 2003가단424905 등)

마침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사례를 알려주신 분도 계시네요. :)

결국은 부주의한 철수 씨에게 잘못이 있군요.

어쨌거나 차에서 내린 후에는 전·후방 차를 확인하고 조심하는 게 가장 현명한 선택일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