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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문화

영화리뷰 * 말도 안되는 나라의 말이 안되는 영화라서 재밌는 '스탠리의 도시락'

"도시락" 이란 단어는 참 묘합니다.
이 단어만 봤는데도 연상되는 것은 요리하는 어머니, 어머니의 사랑, 따뜻함, 맛있는 반찬 등 각종 훈훈하고 좋은 이미지가 잔뜩 연상되니깐 말입니다. 어쩌면 도시락은 단순 '먹을 것'에서 나아가 만든 이의 정성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함을 먹는 것으로까지 그 의미를 확장시켜낼 수 있습니다.

스탠리의 도시락
감독 아몰 굽트 (2011 / 인도)
출연 파르토 A. 굽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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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영화 가운데 유독 눈에 띄는 제목이 있었습니다. '스탠리의 도시락'
많고 많은 영화의 제목 중 유독 눈에 띄어서 뭔지 알아봤더니 발리우드 영화입니다.
문득 정말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또 질렀습니다.

'스탠리의 도시락'



'세 얼간이' 이후 '스탠리의 도시락이'발리우드 붐을 이어갈 수 있을까?

"알이즈웰"

 


 

이 말, 이제 알아들을만한 사람들은 다 알아듣습니다. 그 누구보다 이 시대의 청춘이라고 불리는 대학생들의 공감을 가장 많이 샀고 그들에게 가장 큰 감동을 줄 수 있었던 영화있기 때문에 붐을 일으켰던 영화, 3 idiots, <세 얼간이>의 명대사죠.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이즈웰" 하면서 미니홈피나 페이스북에 이전의 "카르페디엠 (Carpe Diem)" 글귀 대신 이 문구를 끄적이는 사람들도 꽤 있을 겁니다. (제가 그랬거든요:))



어쨋건 3 idiots는 그 내용이나 소재 자체가 우리나라 대학생들의 가려운 점을 시원하게 긁어주면서도 '하고싶은 것을 한다'는 것을 꿈꾸게 만들어주기에, 난데없는 발리우드 붐에 일조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발리우드 영화 특징은 그 특유의 뮤지컬풍의 장면들이 쏙쏙들어간다는 것도 있지만 3 idiots는 영화 연출보단 매력적인 주인공과 그 소재 자체가 흥행원인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발리우드 영화는 3 idiots가 처음이 아닙니다. 불과 몇년전에도 인도 유명 퀴즈프로그램에 우승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슬럼독 밀리어네어> 역시 흥행했었죠.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한국에 본격 발리우드 영화를 알리는 서막이었다면 3 idiots는 '절정'으로 치닷는 상승곡선 상에 놓여있는 영화입니다. 여기서 이 상승곡선이 꺾이느냐, 아니면 계속 이어가느냐는 이번에 개봉한 <스탠리의 도시락>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록 상영관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저에게 지인들이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 어때? 재밌어?"하고 물어오는 걸보면 꽤나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일단 결과부터 말씀드리자면 재미는 있지만 발리우드 붐을 계속 이어나가기엔 역량이 다소 달린다는 것입니다. 원래 발리우드 영화라는 것이 오버스럽고 작위스러운 이야기 전개가 특징이긴 하지만, 스탠리의 도시락은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도시락으로 학교 오지말라고 했더니 진짜 오지 않는 스탠리나, 아이들의 도시락을 뺏어먹기 위해 쫓아다니는 선생님이나, 그냥 이야기 자체는 너무나 황당하고 말이 안됩니다. 심지어 영화를 보면서 진심으로 화가 날 정도였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호불호가 확실히 갈라질 것 같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리우드 아성을 이어나가기엔 부족하다는 거죠. 

천국의 아이들 2탄? 비슷한 듯 하면서 다른 영화  


흔히 <스탠리의 도시락>을 영화 <천국의 아이들>과 비교하면서 그 느낌이 비슷한 착한 영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전 마냥 감동적이기만 한 영화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천국의 아이들>은 사람들의 눈물을 뚝뚝 흘리게 만들었던 감정선이 특징이었다면 <스탠리의 도시락>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를 지어지게 만들면서 가슴을 찡하게 만드는, 명랑영화같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은, 독특한 영화 였습니다. 인도영화 다웠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는 나라인 인도 답게 말도 안되는 영화 한편 만들었으니깐요.



대략적인 시놉시스는 반에서 꼭 한명씩은 있는, 적극적이고 끼가 많아 친구들에게 인기많은 스탠 리가 주인공입니다. 모든게 완벽할 것 같은 스탠리이지만 그는 도시락을 싸오지 못해 매번 물로 허기를 채운다는 비밀이 있죠. 하지만 이 비밀마저 친구들에게 들키고 착한 친구들은 스탠리에게 도시락을 같이 먹자고 권합니다. 하지만 식탐 대마왕으로 도시락 킬러(?)인 베르마 선생님은 스탠리가 자기 몫까지 뺏어먹는 다는 생각에 매번 구박을 하죠. 그러자 스탠리와 친구들은 매번 점심시간이 되면 선생님 눈에 띄지 않는 곳으로 숨어 점심을 먹곤 합니다. 선생님은 매번 식사시간마다 도시락을 뺏어먹기위해 아이들을 찾아나서지만 매번 숨어버리는 통에 급기야 분노하고 맙니다. 스탠리보고 도시락을 싸오지 않으면 학교에 오지말라! 고 하죠. 이제 스탠리는 어떻게 다시 학교로 오게 될까요? 영화를 보세요:)


좀 말도 안되고 어이없는 설정입니다.
왜 저 선생님은 저렇게 남의 도시락을 안뺏어먹곤 못배기는지, 그러면서 스탠리보고 무슨 염치로 남의 도시락 뺏어먹느냐고 늘어놓는건지, 스탠리는 대체 무슨 사연으로 갑자기 도시락을 못싸오게 됐는지, 또 거기에다 도시락 못싸왔다고 학교에 오지말라고 하는지. 하나같이 작위적이며 황당한 이야기 입니다.


특히 다른 영화본 사람들 중에서도 그 선생님이 아이들의 도시락을 뺏어먹거나 광적으로 집착하는 모습에 웃음이 아니라 진심으로 분노가 치밀었다는 사람이 많은데요. 저 역시 마찬가지 였습니다. 그냥 웃어넘길 수 있는 그러한 이야기이지만 정말 별다른 설명도 없으니 정말 진심으로 화가 나고 열이 받더라구요. 무슨 저따구 선생님이 다 있나!!!하고 말입니다.

<스탠리의 도시락>이 한국 교육 사회에 던지는 일침

 

<스탠리의 도시락>은 인도영화입니다. 
하지만 묘하게 한국 교육 사회에 메시지가 될 만한 이야기가 참 많이 담겨져 있더라구요. 다소 오버스럽지만 전체적인 맥락에서 '학생에게 무관심한 선생님의 모습'을 엿볼 수 있습니다. 어렴풋이 우리나라에서 한때 뜨거운 열변을 토하게 만들었던 '무상급식' 문제 역시 스쳐지나가더라구요. 


배로 물채우는 아이에게 따뜻한 손길 내밀 생각은 하지 않고 오히려 망신을 주고 학교를 못나오게 막아버리다뇨. 

하지만 이런 악당 베르마 선생님이 있는가 하면 따뜻한 로지 선생님도 있습니다.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의 특징 중 하나가 한 가지를 바라보는 두가지 시선을 극명하게 보여준다는 겁니다. 

창의적이고 똘똘한 스탠리가 과학숙제로 불이 들어오는 수조를 만들어 금붕어를 담아왔을 때 과학선생님은 내다 버리라고 이건 우리가 배우는 과학이 아니라며 그의 창의성을 억압하죠. 하지만 로지 선생님은 "참 예쁘다, 아이디어가 좋구나" 하면서 스탠 리를 흐뭇하게 바라봅니다. 


"쓸데 없는 짓 그만 하고 공부나 해"
아직까진, 이런 말이 난무하는 우리나라는
로지 선생님 같은 선생님보단 아직까진 <스탠리의 도시락>의 과학선생님과 같은 선생님이 더 많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그 외에도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왼손잡이에 대한 시선입니다. 스탠리는 왼손잡이입니다. 그래서 짝궁과 책상에 앉아 필기를 하노라면 오른손잡이 짝꿍하고 계속해서 부딪쳐 말다툼이 일고 말죠. 수업시간에 그렇게 하니 베르마 선생님은 "무슨 일이냐"라고 하더니 스탠리가 왼손잡이인 것을 알고 그럼 고쳐라, 왼손잡이는 좋지 않은 것이다 하고 단호하게 말해버리고 말죠. 


반면, 로지 선생님은 센스있게 이를 해결했습니다. "짝궁과 서로 자리를 바꿔라"는 겁니다. 즉, 왼쪽에 앉아있던 짝궁이 오른쪽으로, 오른쪽에 앉아있던 스탠리가 왼쪽으로 이동시키게 함으로써 둘다 부딪치지 않고 글을 쓸 수 있게 만든거죠. 
이 단순한 해결책은 정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아-"하는 감탄을 일게 하더군요. 저렇게 단순한 문제인데 우리는 아이들을 너무 획일화 시키려고 만들고 다른것을 '틀린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는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결국, 로지 선생님이 교육자의 모범답안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우리나라 교육 사회의 문제를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을 투영시켜 새삼 인식을 한거죠. 
영화 <스탠리의 도시락>은 이처럼 대한민국 교육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뇌에서 되뇌여 준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영화입니다. 화가 날정도로 짜증났던 캐릭터에 대한 분노, 작위적인 이야기 전개가 다소 흠이지만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