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하는 희망의 ‘새’ 집 만들기
봉사활동을 즐겁게 할 수 있다면 그건 참 행복한 일입니다. 나의 작은 노력으로 누군가(그 대상이 비단 사람이 아니어도)에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것만큼 보람된 일도 없으니 말입니다. 거기에 체험과 교육이라는 덤까지 얻어올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 지난 26일, 한강시민공원 난지생태습지원에서 진행된 KB손해보험의 ‘가족과 함께하는 희망의 새집 만들기’ 봉사활동이 꼭 그랬습니다.
삼삼오오 모인 KB손해보험 가족들
오후 12시. 한강 난지수변학습센터 2층으로 KB손해보험 직원 가족들이 속속 모여들었습니다. 봄나들이 나온 듯 행복한 표정의 가족들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딸내미를 등에 업고 온 젊은 직원이 있는가 하면, 수염이 거뭇거뭇한 중학생 아들과 손을 잡고 들어서는 중년의 직원도 있었습니다. 나이도 부서도 제각각인 이들이 오늘만큼은 오직 한마음으로 이곳을 찾았습니다.
희망의 '새' 집짓기
봉사활동에 참여한 가족들은 홍보부에서 정성스레 마련한 도시락으로 우선 배부터 든든히 채웠습니다. 센터 안에서, 혹은 생태습지원 벤치에서 여유롭게 식사를 즐긴 가족들은 1시간쯤 뒤, 다시 난지수변학습센터에 모였습니다. 오늘의 봉사 프로그램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희망의 ‘새’ 집짓기’. 지난 겨우내 낡고 허물어진 새들의 보금자리를 새로 만들어주는 게 오늘의 미션이였습니다. 새집을 만드는 것도, 새집을 달아주는 것도 모두 가족들이 해내야 할 일입니다.
새집 만들기에 앞서, 난지생태습지원에 대해 알아 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2009년 개원한 난지생태습지원은 그 규모가 6만여 제곱미터에 이뤘습니다. 생태계의 보고로 불리는 이곳 습지에는 수생식물과 초화류 그리고 20여만 그루의 나무가 식재돼 있었습니다. 덕분에 봄이면 보랏빛 붓꽃이 융단처럼 펼쳐지고,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노을에 물들며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냈습니다. 식물뿐 아니였습니다. 생태습지원의 터줏대감인 토종 개구리와 두꺼비 그리고 멸종위기 종으로 분류되는 맹꽁이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흰뺭검둥오리와 백로는 습지원의 단골손님. 흔히 볼 수는 없지만 한반도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인 삵도 습지원에서 종종 목격되었습니다. 습지 생태에 대한 설명 중 흥미로웠던 건, ‘멧밭쥐’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생태습지원에서는 들쥐를 닮은 이 멧밭쥐를 잡기는커녕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이는 멧밭쥐가 황조롱이의 주요 먹잇감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한 시간 정도 이어진 습지 공부(?)에 이어 새집 만들기가 시작됐습니다. 가족 당 하나씩 전달된 새집 만들기 재료. 네모 나고, 세모 난, 엇비슷하게 생긴 나무판 몇 개가 전부인 재료를 바라보는 아빠들의 눈빛이 조금씩 흔들렸습니다. 이리 맞춰보고, 저러 맞춰봐도 영 신통치가 않은지, 옆집을 기웃거리며 커닝하는 아빠들도 보였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건, 마이다스의 손을 가진 젊은 피. 이번 봉사활동에는 KB손해보험 서포터즈 ‘희소성’ 10기 권순휘 군과 김태관 군이 함께했습니다. 행사 시작 전 도시락을 나르고 단체복을 챙기는 것에서부터 새집 만들기까지 그야말로 종횡무진 습지원을 누빈 그들은 정말이지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나타나는 ‘짱가’같은 존재였습니다.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닦고 조이고 사포질까지 하며 완성된 새집은 제법 그럴듯해 보였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새집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들춰보느라 정신이 없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너무 귀여웠답니다. 또 잊지 못할 순간이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의 눈에도 행복이 가득한 모습이었습니다.
온 가족이 한마음으로 닦고 조이고 기름, 아니 사포질 해 완성한 새집이 제법 그럴 듯 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새집이 신기한지 이리저리 들춰보느라 정신이 없었고, 즐거워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엄마와 아빠의 눈에도 행복이 가득했습니다. 새를 위해 나무집을 만들었지만, 그 시간을 통해 가족의 소중한 추억도 함께 지을 수 있었으니, 이런 게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도랑 치고 가재 잡는 봉사활동이 아닐까 싶습니다. 봉사는 내가 즐거워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도 그 즐거움에 기꺼이 동참할 수 있습니다. 억지로 하는 봉사는 고되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다가가는 봉사는 모두를 행복으로 이어주는 징검다리와도 같습니다.
행사에 도우미로 나선 생태전문가는 사람이 만들어 제공하는 인공둥지는 새들에게 최선의 보금자리는 아니라고 했지만, 오늘 KB손해보험 가족들이 느꼈던 행복한 감정은 분명 이 곳에 깃들어 살게 될 새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질 것입니다. 그 대상이 비록 사람이 아닌 새일지라도 마음과 마음은 통하는 법이니까요. 새들에게 최선의 보금자리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새집 만들기 봉사가 꾸준히 이어져야 하는 건 새들이 스스로 둥지를 만들 여건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높은 나무에 새집을 다는 건 아빠들의 몫이었습니다. 아빠들은 새들이 들고나기 좋은 높이까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준비한 노끈으로 단단히 새집을 고정시켰습다. 하나, 둘, 셋, 넷... 그렇게 생태습지원에 15개의 둥지가 새롭게 자리를 잡았습니다.
이제 얼마지 않아 이곳에 새로운 식구들이 하나둘 들어올 것입니다. 삐뚤빼뚤 ‘잘 살아’라고 적어 놓은 새집에도, 새 그림을 정말 잘 그려 놓은 새집에도. 이들 새집은 그렇게 천천히 습지의 일부가 되어갈 것입니다.
새집 달기를 마무리 한 가족들은 산책로를 따라 습지를 돌아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직은 설익은 봄이라 초록으로 물든 습지를 만날 순 없었지만, 그래도 서둘러 꽃망울을 터트린 산수유 나무에서, 수면 위로 살짝 고개를 내민 두꺼비의 모습에서, 몽글몽글 뭉쳐있는 개구리 알에서 습지의 생명력을 느끼기에는 부족함이 없었습니다.
“아빠, 우리 또 언제 와?”
“다음 주에 와 볼까?”
“정말?”
“그럼.”
“약속!”
돌아서는 등 뒤에서 들려오는 가족들의 즐거운 웃음소리. 봉사를 통해 행복을 경험한 가족들은 오늘을 오래도록 기억하지 않을까싶습니다. 아니 기억하지 못해도 가슴 속 깊은 곳에 이 시간, 이 공간은 추억이란 이름으로 자리해 있지 않을까도싶습니다. 그러하길 진심으로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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