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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여행

재즈의 섬 자라섬에서 와인만큼 달콤한 첫날밤











게오르그 짐멜은 말했다.

 

음악에는 어딘가 섬과 같은 부분, 어딘가 비생산적인 부분이 있다.

객관적으로 보든 주관적으로 보든 음악에서 세계와 인생으로 통하는 길은 없다.

우리는 완전히 내부에 있거나 아니면 완전히 외부에 있다.

그것은 인생의 여기에 작용해 것이다.

세계는 이젠 음악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음악이 이미 세계를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생산적일 필요가 없는 음악의

세계와 단절되어 우리만 있는게 좋아

누군가에게 받아들여지기 초조하게 기다리지 않아도 되잖아

음악이 이미 그곳을 원으로 만들었으니

음악만으로 꽁꽁 묶어 피납시키리라

생각하며 재즈의 자라로 출발하였다.


 

음악은 우리에게 사랑을 가져다 주는 분위기 좋은 음식이다는 이야기는

세익스피어 형님이 하셨다.

여기서 우리는 정말 음식을 연상하였기에


메인 스테이지에 돗자리를 깔자마자 음식 흡입을 시도한다.



홈메이드 김밥. 우리도 홈메이드 김밥을 싸갔었다.

자라섬을 다른 락페들 분위기로 생각한다면 조금은 다른 시각이라 칭찬하겠다
.

자라섬은
갈색바구니 (꼭 양쪽으로 문이 열리는 것이여야만 한다.) 거기에는 꼭 와인 한 병이 꽂혀있어야만 하는 그 갈색바구니를


인터넷에나 있는 착한 여친 시퀀스
도시락 레시피로 구성해서


짜잔
하는 분위기랄까
?

돗자리에 누워 가족들과 연인들이
재즈 선율을 배경삼아 피크닉을 즐기는 그런 분위기임을 숙지해놓자
.

대강 사진으로 살펴보자면 이러하다
.

 


 

장화와 체인 대신에 갈색바구니를 장착해야 자라섬에서는 간지가 풀풀인 것이다.

참 그리고 옆집 돗자리가 성숙한 여인네 5인조 그룹이었기에 들을 수 있었던 자라섬의 tip


우린 친구이상은 아니잖아는 자라섬에 둘이 오지 말 것
!

사랑도 아닌 우정보다는 가까운 사이가 자라섬에 같이 가볼래 라고 하는 것은


진도 한 번 쭉쭉 나가보지 않을래와 동격이
라 한다
.

농익은 5인조 언니들은 그렇게 주변에 어색한 커플들을 평가했더랬다
.

저 남자는 눈치가 없다저 여자 마음도 몰라주고
.

언니들은 동화책에나 나오는 와인 항아리를 끼고 있었다
.

나도 모르게 언니들 나도 한 잔 주쇼 하고 끼어들고 싶을 만큼 재미있더랬다
.

이럴 땐 대범한 B는 어디 간건지 소심한 A가 나와서 귀만 쫑긋쫑긋했다는
.

자라섬에서 이 언니들한테 끼지 못한 것이 쪼금 아쉬웠다

 
홈메이드 김밥으로 성이 차지 않은 우리는 또 다른 양식을 찾아 하이에나처럼 돌아다니다가

메인 스테이지에서
LIG를 만났다.


 


 

고객만의 편의를 넘어선 자라섬 관람객들의 편의랄까?

자라섬 바닥의 냉기를 막아주기 위해 방석을 나누어 주고 있었다.

하나 받고 싶었으나 역시나 소심한 A가 튀어나와

어떻게 말하지..... 나 서포터즈라고 어떻게 말하지...... 이러다가

말없이 웹명함처럼 허리에 손을 하지 못했다ㅠㅡㅠ

분명 어제 서포터즈 친구들이 걱정하지 말라 우리는 부스 앞에 가서 웹 명함과 같은 포즈를 하면 말없이 예후를 받을 것이다 라고

예언했었다.

하지만 웹 명함이 특히 현실에서 상당히 쑥스러운 포즈였던 것이다. 생각보다

난 그래도 장오빠처럼 머리 헝크리며 오만상 짓기가 아니라 허리 위에 손인데

허리를 못찾게 되어서 그런가 어쩐지 쑥스러워 결국 마음으로 대신 하는 말.

전 서포터즈 랍니다. 나는 널 응원할 것이다(흐흐흐, 이 웃음소리 변태같아요ㅠㅡㅠ)

 


 

결국 방석 대쉬는 하지 못하고 도시락으로 넘어간다.

싸온 도시락도 모자라 사온 도시락까지 해치운 우리는


커피 마실까? 맥주마실까?라는 커다란 명제에 부딪친다
.

튀김이 먹고 싶었던 우리는 당연히 후자다싸오고 사온 도시락들 다 먹은 뒤에 바로 튀김&맥주


 

배가 땅바닥에 닿기 시작해 어쩔 수 없이 누울 수 밖에 없었던 우리.

2011. 10. 01
토요일 AM 13:45분의 하늘은 이랬다.



 

화면조정아니다. 포토샵 보정은 더 아니다. 날 것 그대로의 이미지

구름 한 점이 없는 말 그대로 가을 하늘이란 이런 것.

 


 

누군가 말했다. 재즈는 남기지 않기 위해 만드는 소리라고

구름 한 점 남기지 않기 위해 꽉 채워진 파란 하늘.

그리고 가을 날의 재즈.

여기가 무릉도원이 따로 없구나

 


어느새 해는 뉘엇뉘엇
조금.........................춥다.............................
자라섬 추우니 옷을 단단히 입으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설마 이정도일줄이야
개막식도 시작안했는데 콧물만 주륵주륵이었다
오늘 그냥 가 버릴까 생각이 수만번 왔다갔다 했지만
2011
8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은 이번 뿐이다 
오늘 그냥 간다면 다음 자라섬 재즈페스티벌까지는 365일이 남기에

후회를 남기지 않고 싶었다.

결론부터 꺼내자면 집에 안 가기 잘했다.
난 음악의 끝을 잡고 싶었다.


연주가 끝나면 음악은 허공 속으로 사라진다. 다시 잡으려 해도 결코 잡을 수 없다.

에릭돌피의 말은 현상학적으로 들린다. 마음에 남기지 않기 위해 만드는 소리가 재즈라지만
연주가 끝나면 과연 허공으로 사라져 버리고 마는 것인지

음악은 결국 마음에 담긴다.


 


그렇게 첫 날이 남기지 않고 지나가버렸다.
비워내기 위해 남긴 재즈 선율
다 사라진 줄 알았지만 아직 남은 나의 마음.
영원한 것은 그렇게 여백에서 나오는 생성인가 생각해본다.

아래의 빈칸에서 원하는 답을 찾길 재즈처럼 달콤하게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