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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문화

[무비꼴라쥬]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Let it go~”

“Do you wanna build snowman?”


똑똑




최근 수많은 사람이 영화 겨울왕국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했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들 'Let it go~'를 흥얼거리고 가창력 좀 된다는 가수들은 앞뒤 다퉈가며 본 OST를 부른 영상을 내놓아 누리꾼들로 하여금 평가를 받았습니다. 저 역시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를 참 좋아했는데요. 제가 미처 보기도 전에 각종 SNS나 미디어에 겨울왕국 관련 콘텐츠들이 중구난방으로 생겨 오히려 보고 싶단 생각이 뚝 떨어지더라고요. 항간엔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을 능가할만한 작품이다라는 말도 떠돌고 하지만, 항상 이렇다 싶은 영화들이 개인의 취향과 상관 없이 유행 및 열풍 따라 그 작품에 흥미가 느껴지지 않더라도 마치 의무감으로 봐야할 것 같은 묘한 감정까지 생겨버렸답니다. 심지어 보지도 않았는데 몇몇 콘텐츠들로 인해 OST가 벌써 지루해져 버렸고 안나와 엘사, 그리고 눈사람 울라프에 대해서도 알게 되어버려 봐야할지 참 애매합니다.





이미지 출처: http://cgv.co.kr/theater/MovieCollage/default.aspx


 

저는 한 영화관의 무비 꼴라쥬란 프로그램을 참 좋아합니다. 거대 기업의 자본에 밀려 개봉하지 못하는 영화나 예술성/작품성 있는 영화들을 몇몇 개봉관에서 접할 수 있는데요. 마침 집 앞에 이 무비 꼴라주 상영관이 있기에 영화 보고 싶다’ 하면 전 어김없이 찾아 갔습니다.

사실 오늘 소개시켜드릴 영화는 개봉한 지 약 1달이 넘은 영화들입니다. 진작 포스팅을 했어야 했는데 오랜만에 영화리뷰를 작성하려다 보니 손이 굳었더군요. 하지만, 확인 결과 여전히 영화관에 걸려 있기에 늦기 전에 꼭 가서 보시라는 마음으로 소개합니다.


 

* 주의! 본 글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1.    가장 따뜻한 색,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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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 영화, 프랑스 영화, 상영 시간 179분…. 이 세 가지 단어만 보더라도 보기도 전에 질려 하실 분들이 있을 겁니다. 저는 일단 상영 시간 179분에 처음에 상당히 망설였답니다. 약 3시간 동안 과연 내가 전개가 느리기로 유명한 프랑스 영화를 버틸 수 있을까 하다가 작품성 하나만 믿고 보았습니다. 게다가 칸 영화제 황금 종려상 수상이란 타이틀은 확실히 보고 싶은 욕구를 더욱 자극했죠. 놀라웠던 것은 그 3시간 내내 지루함이 하나도 없었다는 것. 그만큼 흡입력이 있는 영화입니다.





우선 제가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퀴어 영화, 선정성이란 프레임으로만 이 작품에 접근해선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레즈비언 영화의 경우 처음이었고 이렇게 적나라하게 스크린에 드러낼 건 예상도 못한 터라 당황스러웠으나 본 영화는 현실적인 사랑의 단계를 잘 표현했습니다. 굳이 여자 대 여자의 사랑이라 보지 않고 남자 대 여자의 사랑으로 치환해서 보더라도 문제가 없을 만큼 현실적인 사랑을 다루고 있죠. 

무엇보다 본 영화는 ‘블루’라는 색감과 카메라 클로즈업, 주인공 아델의 심경변화를 표현해주는 미쟝센 등에 집중해서 볼 필요가 있는 영화입니다. 특히 제목이 ‘가장 따뜻한 색, 블루’인 만큼 아델의 그녀인 엠마의 머리 색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미지 출처: http://hopelies.com



크게 1, 2부로 나뉘는 본 영화에서 1부는 아델이 엠마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달달하게 사랑을 나눕니다. 이 때의 엠마의 머리는 신비롭다 할 만큼 새파란 색깔이죠. 대개 파란색이라 함은 ‘따뜻함’보단 ‘시원함’이나 ‘차가움’이란 이미지를 연상케 하는 것에 반해 엠마의 머리색은 신비할 정도로 따뜻한 파랑입니다. 어쩌면, 관객들 역시 아델에 감정이 이입돼 레즈비언바에서 엠마가 아델에게 대하는 태도 및 존중 등을 따뜻함으로 비춰 보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어쨌건, 어느 날 갑자기 다가온 파란 머리의 그녀는 아델의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그 전에는 지극히 평범했던 아델은 엠마를 만나면서 융화되어 있던 친구들 무리에서 일탈하기까지 이릅니다. 그리고 본능에 충실하며 폭발적인 사랑을 하게 됩니다. 영화 속 카메라는 전체를 비추기보단, 주인공들의 눈이나 입 등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신체부위에 집중을 합니다. 아델이 엠마의 입술을 계속 보면서 입맛을 다신다던가, 아델이 못 먹었던 굴을 츄르릅하며 먹는 장면이며 남자로 채울 수 있는 부분을 입으로 대신 애무하는 등 애정에 대한 결핍을 마치 입으로 분출하는 것처럼 카메라는 집요할 정도로 입에 초점을 맞춰 움직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처음 만나고 폭발적으로 이를 표현하는, 연인들의 연애 초기 단계를 다룬 부분이 바로 1부입니다.




이미지 출처: http://cinapse.co


 

2부에서는 시간이 지나 폭발적인 감정은 사그라지고 보통의 연인처럼 서로에게 표현에 있어선 무덤덤해집니다. 아니, 오히려 아델은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는데 아델의 눈으로 바라보는 엠마는 살짝 변한 듯 보입니다. 애초에 아델은 학생이었고 엠마는 미술을 전공하는 대학생이었고 대화를 할 때 예술과 철학 이야기를 할 땐 아델은 항상 입을 다물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감정 변화는 갤러리 오픈 기념 홈파티를 할 때 드러납니다. 수많은 엠마 친구와 엠마는 예술에 관해 토론하지만, 아델은 여기서 벙어리처럼 입도 벙긋 못합니다. 엠마는 “예전에 내가 가르쳐줬잖아!”라며 약간은 짜증난 듯한 핀잔을 줍니다. 그리고 아델이 옛 사랑의 여자와 신나게 대화 나누는 장면에서 질투를 느끼게 됩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델의 불안감은 더욱 커져갑니다. 엠마의 머리색은 이제 파란색이 아닌 그녀의 고유 머리색인 갈색으로 변하고 있었고 그녀의 아델에 대한 사랑은 식은 것처럼 느껴졌거든요. 서로 질투하고 울고 싸우고 쫓겨나고 결국은 헤어지고…, 새 사람을 만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잊고 하는 이 영화는 여러모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끔 합니다.




이미지 출처: http://athenacinema.com


 

영화 속에서 엠마는 꿈이 없는 아델을 계속 답답해 합니다. 머리 색 만큼이나 자유로웠던 엠마는 그저 유치원 선생에만 머물고 있는 아델이 그저 한심해 보였던 것입니다. “너도 니가 잘하는 것, 혹은 좋아하는 것을 해봐.”라며 글을 잘 쓰니 이것을 한 번 활용해보라 하지만 엠마는 “자신 없다.”라며 일축해버리고 그저 엠마에게 애정만 갈구할 뿐입니다. 마치 자신의 전부는 엠마인 것처럼. 하지만 엠마는 더 이상 아델을 예전만큼 사랑하지 않습니다. 엠마는 파란색의 그녀가 아닌, 이제 갈색 머리의 다른 사람이 되었음에도 아델은 그저 파란색의 엠마만 생각하며 그리워하고 울게 됩니다.

 

본 영화는 지극히 평범한 보통 연인의 사랑의 단계를 다룬 영화입니다. 다만 성별적으로 다를 뿐, 그녀들의 감정선 변화는 오래 연애를 하고 헤어졌던 연인들이라면 공감이 갈 법한 영화입니다. 프랑스 영화 특유의 느린 감정 전개나 여기저기 묻어져나오는 미쟝센들, 배우들의 격정적인 연기까지. 이 영화는 그야말로 명품 영화입니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어쩌면 역설적으로 들리는 이 제목을, 본 영화에서 그 의미를 제대로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2.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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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제 세대쯤이라면 아무리 외국 배우들이나 영화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미남 할리우드 배우 하면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Leonardo Dicaprio)'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저 역시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라는 과거엔 꽃미남, 지금은 꽃중년을 자랑하고 있는 이 배우의 필모그래피를 참으로 좋아하는데요. 마침 제가 좋아하는 주제의 세계 금융의 중심지인 월가를 다뤘고 일종의 사기극의 영화라 개봉하기만을 기다렸었답니다. 조던 벨포트(Jordan Belfort)라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로 두뇌와 화려한 언변을 활용해 주가 조작 등을 통해 한탕하는 이야기입니다. 돈과 섹스, 마약 이 3요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화라 가벼운 범죄영화라고 생각하고 영화관에 들어서면 당황할 수도 있습니다. 특히 선정성이 상당히 짙은 영화입니다.



 

주제는 어쩌면 단순합니다. 영화는 '과연 돈이란 것이 성공의 기준이며 이것이 인생의 전부인가?'라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많은 사람이 일정한 목표, 꿈이 없이 '돈을 많이 버는 것'에 집착합니다.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20대들에게 꿈을 묻는다면 한참을 생각해야 하거나 그저 돈을 적절히 벌고 안정적으로 사는 것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죠. 영화 속 조던 벨포트 역시 인생의 목표를 으로 설정하고 무서울 정도로 월 스트리트에서 울프(Wolf)’로 성장합니다. 수단이 옳건 그르건 간에 그저 돈만 많이 벌면 된다.라는 것을 무서울 정도로 직원들에게 주입시키죠. 영화 속 조던 벨포트와 그 직원들의 행동을 보면 거의 사이비 종교 수준입니다. 여기저기 돈을 뿌리면서 돈이 최고야!”하는 식으로 외치고 닥치고 고객들의 주머니에서 돈을 털어라 는 식이죠.


이미지 출처: http://showtimeshowdown.com


돈맛을 알았으니 벨포트는 소싯적 상사에게서 배웠던 마약과 섹스를 중독 수준으로 탐닉합니다. 힘든 시절부터 내조했던 아내를 죄책감 없이 내쫓고 육감적인 미녀와 다시 결혼하면서도 수많은 여자와 하루에도 몇 번씩 섹스를 즐기고 마약을 합니다. 훗날, 벨포트는 흥청망청하고 타락한 생활 그리고 애초에 수단이 어떻건 돈만 많이 벌면 최고라는 생각 덕분에 결국 무너지게 됩니다. 돈이 없어지니 모든 사람들이 떠나고 말죠. 실제로 조던 벨포트는 자서전에서 자신은 부자가 되어보았지만, 성공한 삶을 살아본 적은 없다.라고 언급했었습니다.

 

이미지 출처: http://www.businessinsider.com


영화를 보면서 여전히 많은 사람은 그래도 저렇게 돈을 많이 벌어보는 것은 참 부러운 일이라고 느낄 것입니다. 남자들의 입장에선 미녀들을 양 옆에 끼고 원하는 대로 하는 삶이 참 좋아보일 것 같거든요. 하지만, 결국 돈이 목적이 되어선 안 된다는 교훈을 동시에 안겨줍니다. 돈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일 것입니다. (물론 가난해도 행복한 삶이 많지만) 돈을 많이 벌어 이것으로 무엇을 하겠다는 수단으로써 인식이 아닌, 목적이 되어버린다면 그 사람은 영원히 풍요 속의 공허함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과연 성공한 삶이 무엇이며 행복이란 또 무엇인가돈을 원하는 만큼 벌어봤다는 조던 벨포트의 이야기를 보면서 곰곰이 생각해볼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