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앞에서 해선 안될 이야기하면 가장 먼저 군대와 축구 이야기를 떠올릴겁니다. 남자들 사이에서 군대 이야기가 안주거리로 삼아질 땐 "너네 부대에는 그랬냐? 우리 부대에는 이 정돈 했어"같은 허세와 그들 세계에서만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여자의 입장에선 전혀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 소재입니다.
제3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창작뮤지컬상 수상
제15회 한국뮤지컬대상 극본상 수상
제4회 더뮤지컬어워즈 소극장창작뮤지컬상 수상
2010년 뉴욕뮤지컬페스티벌 공식참가작
그러한 이유에서 군대이야기는 분명 여자들에게는 확실히 재미가 없습니다. 지난 7월, 대학로에 '미치도록 웃기고 재밌는' 화제의 뮤지컬인 <스페셜 레터>가 대학로에서 들썩이고 있습니다.
<스페셜 레터>는 각종 뮤지컬 어워즈 및 페스티벌에서 수상을 휩쓸었고 더군다나 과거 인기 아이돌인 클릭B의 김태형군이 캐스트되서 화제를 낳았는데요. 순도 100% 군대이야기로만 구성된 이 뮤지컬, 아이러니컬하게도 여성관객이 8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대학로 SM아트홀에서 공연을 하고있는 <스페셜 레터>는 각 주연들이 2~3명의 캐스트로 이뤄져 있습니다. 제가 본 이날은 임종완 씨가 주인공 정은희 씨 역할이었네요.
이것이 그 유명한 클릭B 김태형 군의 팬들의 '쌀화환'입니다. 팬들의 정성이 듬뿍 느껴지죠? 한쪽에는 SBS 강심장에서 보내온 축하 하환도 있습니다.
<스페셜 레터>는 편지를 매개로 두가지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남자주인공 정은희와 여자주인공 오순규의 서로 답답한 짝사랑이야기와 군대로 떠나 어리버리한 이등병으로 친구 정은희에게 편지를 쓰는 이철재의 파란만장한 군대생활기로 이뤄져있습니다.
정은희는 대학교 후배인 순규에게 고백을 하려던 날, 군대에서 영장이 날라오게 됩니다. 이쯤이면 모두들 짐작할 겁니다.
군대가기 전에 좋아하던 여자에게 고백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정은희의 고민은 그렇게 보는 관객들을 답답하게 만듭니다. 순규 역시 뭔가 할듯말듯하면서 자신에게 고백을 끝내 하지 않는 정은희가 답답해 하기만 합니다.
이때 막 군대간 어리버리 이등병 이철재가 은희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병장이 여자 좀 소개시켜달라고 해서 니 이름 좀 팔았다. 은희야! 도와줘 친구야! " 하고 말입니다. 여자같은 이름에 졸지에, 진짜 여자가 되버린 정은희는 말년 김병장에게 여자인 척 편지를 써주곤 하는데요.
이 전체적인 스토리 내부에 또다시 조명되는 군대 내무반 이야기는 실로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빵빵 터뜨립니다. 군대생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이라도 "설마 저럴까" 하지만 남자친구를 군대에 보낸 후 수많은 군대 정보에 도사가 된 고무신들이라면 너무나 쉽게 공감할 내용들입니다. 예비역들도 마찬가지리라 생각이 듭니다.
괜히 억지로 빵빵 터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쓸데없이 개그를 남발하는 개그쇼가 아니라, 징병제를 실시하고 있는 대한민국 내에서 군인의 경험이 있거나 군인을 보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나 공감하기에 웃을 수 있는 그런 에피소드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다.나.까'에 적응이 되지 않아 얼떨결에 '알았다니까!!!'하고 외치는 그 흔한 에피소드부터 '우리땐 김밥 만 줄 말았어~'하면서 부르는 취사병의 하루를 다룬 노래, 군대 스리가 까지 그 노래 가사와 랩, 춤은 시종일관 여기저기서 피식피식 거리게 만들었는데요. 제가 애초에 고무신들이 보면 참 좋을 뮤지컬이라고 했지만, 현역 군인들이 봐도, 예비역들이 봐도 공감과 재미 모두 안겨줄 수 있는 뮤지컬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로 세상에서 제일 최악이란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마저 다뤘습니다.
편지만 오면 화장실에 쭈그리고 앉아 눈물을 삼키며 읽는 이등병, '시간아 흘러가라'를 부르며 밤늦게 보초를 서다 귀신 때문에 벌어지는 소동, 여자친구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보내자 정신줄 놓은 상병… 어찌보면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주변 군대를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그 누구나가 한번쯤은 했을 이야기들이며 모습입니다.
이상하죠? 이렇게 지극히 군인 냄새 풀풀나는 뮤지컬임에도 분명 여자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하나 지루하게 보기는 커녕 100분이란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재밌습니다.
그 소재 또한 '선임들에게 구박받는 이등병'과 '친구를 위해 여자인 척 김병장에게 편지를 쓰는 남자' 등 그 웃음에 묘한 페이소스가 느껴지기도 합니다만, 전체적으로 스토리가 관객들로 하여금 공감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꽤나 완성도 높은 창작 뮤지컬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도 해병대 캠프 가봐서 아는데 군대 생활 별거 아니던 걸~뭐" 하면서 모든 남자들을 분개하게 만드는 극중 여자주인공 오순규씨의 말에 "나도 엄~~~청 큰 똥 한번 싸봤는데 애낳는것도 별거 아니더라!!"하면서 일격을 가하는 것을 이러한 남자와 여자들의 군대문제에 대한 논란에 웃음의 일침을 가하는데요.
정말 진정한 군대생활을 모르는 여자들에게 그 군대 생활의 실상을 알려주고 싶다면, 혹은 남자친구를 기다리는 고무신으로써 외로워 미치겠다! 좀 위로받고 싶다하시는 분, 모두에게 강추하는 뮤지컬입니다.
시원하게 대학로에서 한바탕 웃어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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