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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여행

[정선 여행] 구름도 자고 바람도 쉬어가는 고개



첩첩산중. 예부터 산이 높고 골이 깊어 이곳에 오면 '울고 왔다 울고 간다'는 말이 다 나왔습니다.

백두대간을 아우르는 산과 강, 그리고 그 줄기를 따라 펼쳐지는 풍경을 따라 강원도 정선에 도착했습니다.

"공기 하나 참 좋다"라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여행의 시작은 사람





정선아리랑에는 첩첩이 빼곡한 산자락, 산과 산 사이로 휘어 흐르는 강물, 오지 산골 생활의 고단함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에 대한 낙천성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낙천적이고 억척스러운 삶의 모양이 가장 잘 드러난 곳은 다름 아닌 시골장터, '정선 오일장'입니다.








장에는 직접 캐서 말린 곤드레와 고사리를 내놓는 할머니부터 정선 대표 음식인 밀전병과 수수부꾸미를 부치는 아주머니, 떡메 내리치는 솜씨가 찰진 청년까지 향토 정선의 구수하고 푸근한 멋이 느껴집니다.







특히 장날엔 널찍한 장터 마당에서 정선아리랑 공연과 각종 문화 행사를 신명 나게 치릅니다.

봄엔 곰치, 달래와 같은 산나물, 여름엔 옥수수와 하지감자 또 가을엔 머루와 같은 산열매와 겨울의 수수노치, 곤드레 나물까지 사계절 정선의 색깔도 독특합니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몰리면서 오일장의 대명사가 된 이곳은 2012년 '한국 관광의 별'로 선정된 만큼 서비스와 시설이 타 재래시장보다 훌륭하답니다.

호로록 들이킬 때마다 메밀면이 콧등을 친다고 해서 붙여진 콧등치기 국수는 정선여행의 필수 먹거리랍니다.

나중에 아래에 소개해 드릴게요. :)


남녀노소 타지, 외국인 할 것 없이 정선 오일장에는 아리랑 가락과 뒤섞여 너도나도 축제 한 판입니다.

정선 오일장은 정선 여행의 시작이자 끝인 셈이죠!





그림처럼 다가오는 마을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지명을 가진 곳도 정선입니다.

'안돌이지돌이다래미한숨바우'. 바우(바위)가 많아서 두 팔 벌려 바위를 안고 돌고 등지고 돌고, 다람쥐도 한숨을 쉬며 넘어가는 곳이라는 말입니다.







강도, 산도, 길도 멀리 돌고 돌아야 하는 곳이 정선입니다.

고개를 넘고 넘는 고된 길 병방치에는 정선의 명물, 한숨 쉬어가는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있습니다.







병방치는 '뱅뱅 도는 산길 고개'라는 뜻이죠!







읍내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스카이워크에 오르면 병방산 자락 아래 동강 물줄기가 한반도의 윤곽을 만들어내며 에돌아 흐르는 전경이 펼쳐집니다.

전망대는 사방이 유리로 만들어져 공중에 떠있는 듯 아찔합다.

600m 절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구간에 서면 말 그대로 동강과 하늘을 걷는 착각에 사로잡힙니다.


조망도 시원합니다. 굽이굽이 흐르는 태백산의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속이 시원하게 뚫립니다.

'한 발 잘못 딛는 날이면 천길 벼랑 아래로 동강 물귀신이 될 수도 있겠지?' 덜컥 겁이 나는 시점입니다.


물안개가 피어 오르는 흐린 날이면 더 좋습니다.

행여 눈이라도 소복이 쌓이면 소박한 겨울 풍광에 마음을 뺏기기 십상이겠는 걸요. :)





휘도는 강처럼 풍경도 흐르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너주게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떨어진 동박은 낙엽에나 쌓이지

사시장철 임 그리워 나는 못 살겠네


길은 다시 읍내를 지나고 20여 리쯤 올라 북면 여량리 아우라지 강가로 향합니다.

정선아리랑에는 남녀의 애달픈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아우라지를 사이에 두고 살던 처녀 총각이 싸릿골로 동백을 따러 가기로 약속했지만 간밤의 폭우로 강물이 불어 건널 수 없게 되자 만나지 못하는 안타까운 심경을 노래합니다.








노래에 얽힌 애절한 이야기를 전하기 위해 아우라지 강변 너머에 여송정이 만들어졌고 싸릿골에 가지 못한 처녀상은 아직도 임을 애절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처녀상에 얽힌 슬픈 사연 때문일까요. 나루터에 서서 흐르는 강물을 보자니 구슬픈 아리랑 한 곡조가 들려오는 듯합니다.








봄에서 가을까지 아우라지에는 나룻배가 오갑니다.

정선군에서 무료로 운영하는 나룻배를 타면 뱃사공이 들려주는 정선의 옛이야기에 빠져들게 됩니다.

강가를 잇는 돌다리를 건너며 그 옛날 아리랑에 얽힌 애절함을 헤아려보세요.








아우라지에서 조금 북쪽으로 오르면 산골마을 구절리에 닿습니다.

이곳에선 본격적으로 달릴 준비를 해야 합니다.

구절리역에서 아우라지역까지 7.2km 페달을 밟아 철로를 달리는 레일바이크는 정선의 인기 레포츠 상품입니다.

정선선 기차의 끝 지점에 있어 누구는 '인생의 종착역'이라고 불렸던 구절리에 몇 년 전 레일바이크가 들어서면서 관광객들의 방문으로 활기가 넘칩니다.








바람을 가르며 철로를 달리는 기분은 그야말로 다양한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철로가 지나가는 정선의 풍경은 따뜻하고 고즈넉하며 때로 어두컴컴한 터널을 지날 때는 아찔합니다.







강원도의 가파른 산비탈이 느끼게 하는 계곡미는 이렇듯 눈앞에 절경을 만나고서야 느낄 수 있습니다.

주말과 휴일에는 탑승객이 몰려 매표가 어려우니 인터넷으로 예매하는 편이 좋습니다.

인터넷과 현장 구매가 반반씩이랍니다.







카지노와 고급 리조트에서 시간 보내기엔 아까운 정선입니다. 풍경에 넋을 놓아보세요.

열심히 짜 놓은 여행 일정은 어차피 턱 없이 빠듯할 뿐이거든요.

그리고 걸어보세요.

첩첩산중에서 솟아난 물줄기가 굽이굽이 산자락을 휘감고 돌아 여행자의 마음속으로 소리 없이 흘러 들어올 거예요. :)





정선의 숨은 먹거리 볼거리



01


삼탄아트마인

02


동호식당

03


동광식당

 

1964년부터 38년 동안 석탄을 캐던 검은 광산이 문화예술 공간으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탄광운영 시절 종합사무동으로 사용하던 건물에 들인 삼탄아트센터를 중심으로 부속건물이 늘어선 마당은 야외 전시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대도시 미술관에 견줄 만큼 전시 작품이 빼어나고 공간 또한 개성이 있다.


문의: 033-591-3001



곤드레나물을 넣어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에 쪽파를 다져 넣은 자박장을 넣어 비벼 먹는데, 들기름 향과 함께 곤드레나물의 밋밋한 듯 구수한 맛이 일품입니다. 곤드레나물이 듬뿍 들어간 올갱이국을 찾는 사람도 많습니다. 정선오일장 입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문의: 033-562-5204


강원토 토속 국수입니다. 너무 맛있어서 급하게 호로록 들이키다 보면 면발이 콧등을 탁 친다고 해서 '콧등치기'라 이름 붙은 메밀칼국수입니다. 멸치국물에 시골된장과 우거지를 넣고 끓여 메밀면발을 말아서 냅니다. 정선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이니 오일장 주막에 걸터앉아 먹어도 좋습니다.


문의: 033-563-3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