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 목요일 저녁의 칼 귀가의 이유
요즘 화제의 드라마 공주의 남자 때문이다.
솔직히 말하면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지만 2000년대 초반대에 방영되었던 줄리엣의 남자를 떠오르게 하는 이 제목.
비극적인 사랑이면 다 로미오와 줄리엣인가 뻔하다 뻔해.
착한 여주인공을 묵묵히 바라보는 서브남주와
복터진 그 착한 여자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쁜 여자가 되어가는 불쌍한 서브여주 나와
엇갈린 사각관계 형성이 기본 골조겠군.
왜 한국 드라마는 직업드라마여도 사극이여도 남여주인공들의 사랑이 빠지면 할 말이 없나 등등
폭포같이 비난을 쏟아내며 똑똑한 척 하기에는
내가 이런 비극적인 사랑을 좋아하나보다.
복터진 그 착한 여자로 심한 착각 후 바로 감정 이입에 돌입.
드라마만 그러한가 원래 문학은 다 사랑이야기다. 뭐 이러면서 다시 똑똑이 포지셔닝 해보려고 해도
텔레비전 앞에 앉아 박시후님 얼굴을 바라보고 있자면 입가에 액체가 흐르는 나다.
아직 못보신 분을 위해 가볍게 정리해보자면
이 드라마는 계유정난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문종의 뜻을 받들어 단종을 보필하려는 김종서와 왕위에 오르려는 수양과 그를 통해 권력을 잡고자 하는 한명회와 신숙주
사실 이 내용은 여러번 드라마화되었다.
84년 조선왕조오백년이나 94년에 한명회나 98년의 왕과 비 등등등
스토리가 워낙 극적인데다 슬퍼서 '한의 정서가 있다.'이런 주장이 정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될 정도로
슬픈 이야기에 마음 약한 한국인들이 참 좋아 할 만한 소재인 것이다.
이번 드라마는 그 계유정난의 실질적 가담자들이 아닌 그들의 2세들을 부각시켜 조금 다른 각도에서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김종서의 아들인 김승유와 수양대군의 딸인 세령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 주를 이루게 된다.
가문의 다툼으로 비극적인 사랑을 하는 젊은 남녀.
뻔해 보이지만 로미오와 줄리엣 그것 말고 이 내용을 어떻게 더 명확하게 표현하리.
그런데 이 이야기. 어디서 많이 들어 본 것 같은데 말이야.
역사잖아. 실제 있었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역사 드라마의 그림자
물론, 계유정난은 있었던 이야기고 역사적 인물들 문종과 단종, 김종서, 수양대군, 신숙주 등등 실존했다.
하지만 공식기록에서 수양대군은 4남 1녀가 있었다고 전해지며 세령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
이 이야기는 1873년(고종 10)서유영이 저술한 문헌설화집 금계필담에 나와 있을 뿐.
실제 있었던 역사는 아니다.
141편의 설화가 수록되어 있는 이 책에는
우리 나라의 기록에서 빠진 이야기를 모았다는 뜻인 ‘좌해일사’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저자는 서문에서, 말년에 외로움을 느껴 스스로의 마음을 달래고자 심심풀이〔破寂之資〕가 될 수 있는 이 책을 쓴다고 했다.
제왕과 왕비 문신 이인 양반층 여인 기생 하층여인 무인 및 장사의 순으로
이들에 얽힌 이야기를 배열하고, 풍속에 관한 잡다한 이야기들을 함께 묶어서 끝에다 첨부한 형태다.
각 인물은 대체로 시대순으로 배열했는데, 단종부터 순조 때까지 걸쳐있고
주인공들은 하층인보다 상층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며,
현실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인물보다 현실에서 소망을 이루지 못한 인물에 특별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현재 국립중앙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으며 서울대학교와 고려대학교 도서관에 필사본이 있다고 한다.
금계필담의 이야기 중 '공주의 남자'에서 가져온 설화는
수양대군에 반발하여 왕실족보인 선원록에도 오르지 못하고 쫓겨난 세희공주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세희공주와 유모가 충청도 보은군까지 도망쳐 갔을 때,
계유정난 중 유학을 떠나 목숨을 부지한 김종서의 손자와 결혼했다는 이야기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이러하다.
조선 초기 세조가 친조카인 단종을 멀리 강원도 영월로 유배시키려할 때에
이의 옳지 못함을 직간하던 사람 중의 한 분 바로 세조의 공주였다.
공주는 부왕에게 단종을 유배하는 것은 왕가의 폐도라 왕자를 보존시킴이 하늘이 바라는 순리라고 간하였다.
그러자 세조는 크게 노하여 한낱 아녀자인 공주가 주제넘게 국사에 관여하여 도리어 일을 그르친다고 죽이려 하였다.
왕비는 딸의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음을 알고, 남의 이목을 피하여 노비와 함께 많은 금자를 내주어 야간 도주케 하며 이르기를
“공주는 이제 왕실의 자손이 아니니, 어느곳에 가서 살던지 신분을 숨기고 평민이 되어 부디 몸조심하며 편히 살아라”하였다.
공주가 눈물로 하직하고, 성문을 빠져 나오니 그저 암담할 뿐으로 달리 묘책이 없었다.
이리저리 방황하던 공주가 송림이 울창한 심산 유곡인 지금의 옥약동에 이르자 마침내 날이 저물어 숙소를 찾게 되었다.
마침 멀리 불빛을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으로 다가가 보니 보굴암 입구의 초막에서 나온 불빛이었다.
하룻밤만 유하려고 주인을 찾으니 초막에서 나온 주인이 엄두리 총각이라 공주는 차마 말 못하고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여러날의 노독을 이야기하였다.
총각도 처음에는 낯선 규수의 유숙을 거절하다가 딱한 공주의 사정을 듣고서는 자기 방을 비워 주었다.
공주는 총각이 부엌에서 잠을 자겠다는 소리에 범상치 않음을 직감하고, 노비와 의논하여 총각과 평생가약을 결심하게 되었다.
이튿날 공주는 총각에게 피차 팔자가 기박한 사람끼리 이왕에 이렇게 만났으니 성혼하여 부부가 됨이 어떠하냐고 의중을 물었다.
총각 역시 공주의 언행이 범상치 않음을 알고, 마음을 허락하였다.
이렇게 하여 신분을 속이고 평민이 된 공주는 보굴암 밑 초막에서 살게 되었다.
세월이 흘러 장남이 출생하게 되자,
공주는 농밑 깊숙히 넣어 두었던 금자를 꺼내 놓으며 남편에게 자신의 신분과 그동안 감춰야만 했던 내력을 이야기 했다.
그러자 공주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남편이 원수를 다리 위에서 만나 자식까지 낳았으니 이 일을 어찌하리요 하며 탄식을 하였다.
그는 바로 김종서의 친손자로서 환란 당시 구사일생으로 집을 빠져나와 이 심산 궁곡에서 은신중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자신의 신분을 숨기며 은신하여 살던 그 부부느 가진 돈을 생자로 하여 보은 내속리면 사내리로 이사하여 수년을 살던 중
마침 세조께서 득병하여 속리산에 요양차 입산하였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들은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며칠 수 세조왕의 행차가 지나감을 보고, 북받치는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통곡하였다.
세조가 지나다 보니 웬 아낙이 길가에 엎드려 슬피 우는지라, 가까이 불러 그 연유를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그 아낙은 몇해전 자신이 죽이려 했던 그 공주임을 확인하게 되었다.
세월이 흐르는 동안 자신의 과오를 깨닫게 되었던 세조는 늘 공주의 일이 마음에 걸렸는데 이렇게 만나게 되니 몹시 기뻐하며
공주의 결혼생활을 허락하였다.
옥양석교 밑을 흘러 이루어진 옥양폭포 앞에 두고, 천장 절변이 만든 보굴은 그 당시 공주부부가 명명한 것이라고 전한다.
출처 - 경상북도청 (상주지)
설화는 설화일뿐.
저자 서유영의 말처럼 심심풀이로 지은 것이고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은 인물에 특별한 관심을 보여 이런 이야기를 생각해낸듯 하다.
선원록에 세희공주가 등장하지 않는 것, 순천김씨 족보에 김종서의 손자의 나이가 세살이었기 때문에
이 이야기를 실제가 아닐까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이야기와 비슷한 로미오와 줄리엣이 탄생한 것처럼
시대적으로 어쩔 수 없는 벽이었던 가문의 문제가 가로막은 사랑은 비극의 요소를 극대화하는 소재와 플롯을 가지고 있어
이런 이야기가 마찬가지로 생겨났을 것이다.
그것을 또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개념에 빗대어 한국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말하는 것이고.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다르기도 하지만 비슷하기도 하다.
그래서 공감이라는 것이 생겨난다.
그런데 그 비슷한 감정을 그대로 두면 공감이라는 것은 신기하게도 생겨나지가 않는다.
그래서 타인이 알고 있을 법한 무엇인가로 견주어 무엇을 설명하고자 하나보다.
그러다보니 갈 수록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은 어려워진다. 무엇을 지칭하고 진위를 가려내어 단언하는 것에 두려움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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