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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문화

[영화 아티스트] "이건 유성영화로 제작됐어도 대박이야" 절대 지루하지 않은 무성영화. <아티스트> 리뷰

영화 <아티스트>는 독특하다. 내용이 미칠듯이 안드로메다급으로 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주연들이 사고라도 쳐서 오랜만에 보는 그러한 특별한 얼굴인 것도 아니다. 소리가 없는 영화다. 언젠가부터 영화 <아바타> 이후로 3D열풍이 나돌면서 판타지나 액션 영화에는 이제 편광안경을 쓰고 보는 것이 이제는 물릴 정도로 흔해졌다. 이러한 마당에 무성영화라니?


 


 이건 마치, 스마트폰이 나와 길거리에서 인터넷 하는 사람들이 16화음 단음벨소리 흑백폰을 들고 60byte 문자수를 꽉꽉 채우며 문자 보내는 사람을 보는 시각이랄까.

Instant Message에 나날이 익숙해져 이제 1시간짜리 드라마도 못볼만큼 빠른 내용 전달에 익숙한, 특히 답답한 것은 따악! 질색인 요새 관객들 트렌드에 과연 무성영화가 입맛에 맞을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개봉하는 당일, 한 영화관의 무비꼴라쥬로 영화 <아티스트>를 보러갔다.

아티스트
감독 미셸 아자나비슈스 (2011 / 프랑스,미국)
출연 장 뒤자르댕,베레니스 베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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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퇴물'의 이야기를 하기위해 무성영화의 형식을 빌리다.

 

 


사실, 무성영화를 본건 몇 안된다. 언젠가 찰리채플린의 영화를 본 적이 있었고 그 이후로 영화관련 교양 수업들을 때 핵심 장면만 접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내가 영화관에 앉아 정식으로 무성영화를 본 것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2시간이 넘는 러닝타임 내내 마지막 부분을 제외하고는 사람의 소리가 나오지 않는다. 잔잔한 오케스트라만 시종 연주되는 이 영화. 주제도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격변기에 잊혀져가는 한 배우의 이야기를 다뤘다. 영화사의 거대한 물결을 다룬 이 영화는 사랑이야기만 제외하면 거의 실화와 가깝다. 



1895년, 뤼미에르 형제의 시네마토그래프 발명으로 나온 <기차의 도착(L'Arrivée d'un Train en Gare de la Ciotat)>이 영화의 시대를 본격 열었다. 영화라고 할 것도 없었다. 그저 49초 남짓 되는 시간동안 흑백화면에 기차가 오는 걸 촬영한 장면인데 당시에는 영화란걸 접해본 적도 없는 관객들이었기에 기차가 실제로 자기한테 튀어나올줄알고 다들 혼비백산했다고 한다. (지금도 유튜브에 찾아보면 나온다.) 어쨋건 영화 <기차의 도착> 이후로 1927년, 미국에서 최초의 유성 영화 <재즈싱어>가 나오기까지는 무성영화의 황금장이었다.


무성영화 시대에는 영화예술의 본질이 영상에 있다고 보고 독자적인 미학을 개척해나갔다. 그리해 영상의 시각적 특성에 기반을 둔 독일의 표현주의, 러시아의 몽타주 이론, 전위 영화 등이 무성 영화 시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다. 영화 <아티스트>도 이에 대한 관점이 잘 드러난다. 주인공인 무성영화계의 할리우드 스타 조지(쟝 뒤자르댕) 역시 영화사가 "조지, 저건 영화의 미래야!" 하면서 그에게 유성영화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려와도 그는 코웃음 치면서

                                    "사람들은 내 얼굴 보러오지, 목소리 들으러 오지 않아요"

 하면서 끝내 유성영화 데뷔를 거부한다.

영화 <아티스트>는 최초의 유성영화 <재즈 싱어>가 나왔을 때의 실제 인물인 조지 지젤을 모델로 삼아 제작된 것으로 추측된다.(개인적인 사료...확실하진 않다) 실제 조지 지젤은 <재즈 싱어>라는 애초의 동명의 뮤지컬로 브로드웨이에서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다. 이에 워너 브러더스 영화사는 그를 기용해 소리와 영상을 보여주는 새로운 영화를 기획하고 있었는데 지젤은 당시 인기에 도취해 막대한 출연료를 요구하며 장기간의 실랑이를 벌인다. (영화 <아티스트>와의 차이점이 있다고 하면 바로 이 점일 것이다. 영화 속 조지는 "그것은 진정한 예술이 아니다"며 자기만의 예술을 하겠다며 자비로 무성영화를 감독할 정도로 Artistic에 집착했다)


하지만 결국 영화사는 조지 지젤과의 협상을 전면 취소하고 알 존슨이란 무명의 배우를 기용했고 얼떨결에 행운의 주역이 된 알 존슨은 영화사에 새로운 장을 열면서 조지 지젤을 흔히 '퇴물'로 만들고 일약 스타로 도약했다. 영화 <아티스트>로 보면 조지의 한낯 엑스트라배우에 불과했던 페피가 유성영화계의 별이 되었다는 점에서 알 존슨과 일맥을 함께 한다.

사실 [재즈 싱어]는 완전한 유성영화는 아니다. 영화의 대부분은 무성으로 진행되고 주인공이 노래하는 장면 정도가 동시 녹음되어 스피커를 통해 배우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러나 이 짧은 장면만으로도 관객들은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 영화가 상영된 극장은 관객들이 겹겹이 줄을 설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다. 이후 워너 브라더스는 유성 영화의 완성도를 더욱 높여 메이저 영화사로 진입한다.



이처럼 이제 무성영화는 유성영화가 나온 이후로 세대교체를 확실히 거쳤고 더이상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아티스트>는 이러한 시대를 역행해 아이러니컬하게 무성영화로 아카데미 시상식을 뒤흔들었다. 그렇다고 다시 무성영화의 시대가 돌아오지 않음을 우리는 잠정적으로 알고있다. 무성영화배우의 삶을 이야기 하기 위해 무성영화라는 형식을 채택해 효과적으로 전달한 것이지, 감독은 단순 무성영화의 회귀를 꿈꾼 것은 아니다. 

절대 지루하지 않은, 소리없이 강한 무성영화 <아티스트> 

 

"예술 영화일 것 같애." 
"프랑스 영화네"
"작품성은 알겠는데 지루하지 않을까..."

라고 아직까지 볼지 안볼지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일단 작품성은 제껴두고 지루할 것을 염려하는 관객이라면 그러한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음을 알려준다. 지루하긴 커녕, 이미 사람들에게 지루해진 뻔한 러브스토리 <노팅힐>을 다시봐도 가슴이 설레는 것처럼, 영화 <아티스트>도 뻔한 러브스토리지만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몽실몽실하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처음에는 <노팅힐>의 성역할이 바뀐 판인줄 알았다. 일약 스타배우와 사랑에 빠지는 일반 사람의 이야기. 하지만 이런 뻔할 것 같은 이야기가 꽈배기처럼 꼬여 전도된다. 하루아침에 스타는 퇴물이 됐고, 일반 무명 엑스트라는 스타가 됐다. 그리고 그 스타가 된 무명 엑스트라가 그 퇴물 배우를 계속해서 사랑하는 이야기로 간추릴 수 있을 것 같다. 

시놉시스만 봐도 어려운 내용이 아니다. 오히려 이 영화는 유성영화, 즉 현 영화 형식을 빌려도 꽤나 흥행할 것 같은 그런 영화다. 앞서 말했듯이 좀더 효과적인 디제시스 전달을 위해 무성영화란 형식을 빌린 것일 뿐이다. 



처음 볼 땐 적응이 안될 수 있다. 배우가 입뻥긋뻥긋하면 글자 자막으로 화면이 순식간에 전환됐다 다시 돌아온다. 이 마저도 핵심 대사만 그리될뿐 나머지는 그저 관객들이 추측할 수 밖에 없다. (배우가 입뻥긋뻥긋해도 그저 정황상으로 이해한다) 이게 무성영화의 매력이다. 상상할 여지를 남겨준다는 것이다. 

사실상 현재까지 나온 4D란 영화기술은 놀랍다. 마치 실제처럼 접할 수 있는 4D는 아무 생각없이 보이는데 집중한다. 상상할 틈도 주지 않는다. 이미 코앞에 들이댄 상태고 관객은 그냥 그것을 느끼고 즐기면 된다. 대신 4D 영화를 보면 생각을 하게 되는 것보다 그냥 "즐기기에 좋았다"란 감상평만 즐비할 뿐이다. 



그러한 영화에 이미 지친 관객들이라면, 영화감상에서도 Refresh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관객들이라면 영화 <아티스트>를 추천한다. 저 배우가 무슨 말을 했을까 상상하는 재미도 있고. 무겁지도 않다. 편히 볼수 있으면서도 신선함을 느낄 수 있으리라. 
아. 참고로 정말 마지막에 이 영화에서 정식으로 소리가 나오는 커플 탭댄스 장면은 최고의 명장면이다. 정말 보면서 와! 하면서 감동의 물결이 밀려나오던 그 마지막 순간을 기대하시길!  



실제 헐리우드의 별로 도약한 장 뒤자르댕과 조지의 애견 '어기'

 
"With Pleasure"

부드러움의 최고의 대명사라고 여겼던 휴그랜트를 능가할만큼 부드럽고 시원한 미소가 돋보이는 클래식한 외모로 영화 <아티스트>의 주역을 맡은 장 뒤자르댕은 보는 관객의 눈을 순식간에 사로잡았다.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라고 생각했지만 그는 오히려 신인에 가깝다. 프랑스 영화계에선 데뷔한지 10년된 배우라지만 헐리우드계에선 그는 신선하고 Hot한 배우인 셈이다.


특히 무성영화의 특성상 다양한 표정연기와 바디랭귀지, 독특한 감성연기를 해내야 하는 조지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해냈고 "With Pleasure!(기꺼이요)"란 이 영화에서 유일한 그의 단 한마디의 목소리 대사로 보는 사람들을 녹였다. (하아....)


장 뒤자르댕 이외에 이 영화의 숨은 주역이  또 있다! 바로 조지의 충실한 애완견 역할을 멋드러지게 보여준 애완견 '어기'. 조지가 총으로 빵! 쏘는 시늉을 하면 바로 죽은 척 시늉하고 그와 행동을 같이한다. 특히 식사 자리에서 조지가 아내를 달래주기 위해 애완견 '어기'와 행동을 같이 하는 것 역시 이 영화의 숨은 명장면이다.



실제 '어기'는 뛰어난 재능으로 이미 광고와 영화 등의 작업에 참여한 전문 베테랑 연기견이다. 장 뒤자르댕보다 이미 어기의 인기는 애견계의 헐리우드 스타였다. 칸 영화제 직전 열리는 견공대상 영화제인 Canine 영화제에서 Palm dog Award(칸 영화제 최고상인 Palm D'or Award의 패러디로 칸 영화제 상영작에 출연한 개들 중 가장 뛰어난 연기를 선보인 개에게 수여)를 수상했고 프랑스의 권위있는 시상식인 뤼미에르상에서 뛰어난 연기로 특별언급도 됐다.
또한 영화제에 개 부문이 있었다면 최고상 수상감이란 관객들 반응이 이어지고 심지어 어기를 아카데미 남우조연상에 올려달라는 'Consider Uggie' 캠페인이 SNS 등을 통해 일어나 화제를 일으키기도 했다. (우..우리도 '하울링'의 질풍이를 청룡 영화제 시상식으로...............;;)



하지만 어기는 이제 9살이 넘어 이 영화를 마지막으로 공식적으로 영화계에서 은퇴한다는거...아쉽다 ㅠㅠ
 

자, 여러분. 어기의 마지막 작품 영화 <아티스트>를 보러오thㅔ요~(읭?)